[디자인이슈]해외서 라면으로 1조원 매출 올린 농심

조회수 186

올해 해외매출 24% 성장

미주 판매 전체 3분의1 차지
`한국의맛` 신라면만 4400억
고급화로 파스타처럼 인식
월마트·코스트코서 인기몰이


농심의 해외 총 매출(수출과 해외 법인 매출 합계)이 올해 1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라면 소비 증가와 수출 신장, 미국시장 급성장 등에 힘입었다. 특히 K푸드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신라면이 큰 인기를 얻으며 단일 브랜드로 44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글로벌 라면 기업 톱5에도 이름을 올렸다.


농심은 올 연말까지 해외 매출이 전년보다 약 24% 성장한 9억9000만달러(약 1조1246억원)로 예상된다고 4일 밝혔다. 미국, 중국 등 주요 법인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뤘고, 코로나19로 전 세계 라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수출 실적 역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농심 해외시장 성공의 1등 공신은 라면, 그중에서도 신라면이다. 신라면은 올해 해외에서 3억9000만달러(약 4400억원) 매출이 예상된다. 농심 해외 사업의 약 40%를 책임지는 '주포'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서 26% 성장한 1억2000만달러의 최대 매출이 예상된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며 화제가 됐던 '짜파구리'도 큰 관심을 모았다.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전 세계 법인이 골고루 성장을 일궈냈고 유럽 수출도 전년 대비 30%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중에서도 역시 주력은 미국시장이다. 미국 법인(미국과 캐나다 포함) 매출은 3억2600만달러로 예상돼 전체 해외 매출의 3분의 1을 미주시장에서 창출했다. 전년보다 약 28% 성장한 것으로 미국은 올해 중국 법인을 제치고 농심의 해외 사업 선두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농심은 미국시장에서 라면을 '저렴한 간식'이 아닌 '충분한 한끼 식사용'으로 포지셔닝하면서 수요 확대를 이끌어냈다. 소득 수준이 높은 미국인들에게 라면을 저가 음식이 아닌 파스타 등과 대등한 음식으로 인식시킨 프리미엄 전략이 주효했던 것. 미국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라면이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주타깃으로 삼고 3~4개들이 한 팩에 1달러에 판매했지만 신라면은 개당 1달러 안팎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다. 신동엽 농심아메리카 법인장은 "비싼 만큼 맛과 품질에서 자신감이 있다"며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주요 유통 채널에서 판매되는 것은 물론이고 미 국방부(펜타곤) 등 주요 정부시설에도 입점돼 판매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라면과 차별화를 위해 한국의 매운 맛으로 승부한 전략도 적중했다. 신춘호 농심 회장도 과거 미국시장에 진출하면서 "남들 하는 대로 따라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방식대로 가자, 한국의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한 바 있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인이 신라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독특한 매운 맛과 좋은 품질"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이 미국 내 월마트 1300여 개 매장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일본·중국 라면 등)다른 제품에서 맛볼 수 없는 깊은 맛" "한끼 식사로 손색없는 품질" 등을 주요 구매 요인으로 꼽았다.


치밀한 단계적 시장 공략도 성공에 힘을 보탰다. 처음 미국시장에 진출할 때는 로스앤젤레스 등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을 먼저 공략해 제품을 정착시킨 뒤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등 인접 지역으로 영업망을 점차 확대해 나갔다. 유통채널도 한인마트에서 시작해 아시아계와 히스패닉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최근엔 월마트와 코스트코, 크로거 등 미국 대형 유통사로 영업망을 확대했다. 특히 미국시장 장악을 위해 월마트 입성이 필수라 판단해 13년간 공을 들여 2013년 월마트 입점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엔 국내 식품업체 중 처음으로 월마트 전체 점포에 입점했다. 월마트 전 점포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코카콜라, 네슬레, 펩시, 켈로그, 하인즈 등 세계적 식품 브랜드뿐이다. 농심이 미국 메인스트림시장에서 글로벌 식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올해 월마트와 코스트코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전년보다 각각 47%와 37% 늘어날 것으로 농심은 예상했다.


[이호승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